'아동 쇼핑'에 희생된 4살 아이... '대구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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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대구에서 입양된 3살 아이가 양부의 폭행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진 사건이 있었다.
양부모는 2015년 12월, 서울의 A입양기관으로부터 피해자 은비(가명)를 입양했다. 완전한 입양은 아니었고, '입양 전제 위탁'으로 이는 향후 입양을 목적으로 미리 아동을 인계받는 것을 뜻한다.
양부모는 이전에도 이 기관에서 6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친자인 첫째 딸을 포함해 총 7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
이후 2016년 7월, 은비는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대가대 병원에 입원한다. 그런데 은비의 온몸에는 수많은 멍 자국과 화상 자국, 각막 손상 등 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되었다.
KBS '추적 60분' 예고편 캡처
이를 본 사회복지사가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하면서 경찰이 출동했지만, 병원에 있던 소아과 최모 교수가 "은비의 양부모는 모범적인 입양 과정을 보였고, 은비가 평소 자해행위를 자주 했기 때문에 학대가 아니다"라고 경찰관을 설득해 돌려보냈다.
이후 최교수는 "쓸데없이 오인 신고를 해서 경찰을 번거롭게 했다"며 사회복지사를 나무라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최교수는 은비 양부모의 오랜 지인이었다. 은비의 전공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양부모를 감싸준 것.
이 일이 있고 3개월 뒤, 은비는 의식을 잃은 채 경북대 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이송되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은비의 상태는 심각했다. 양부 백씨(당시 53세)는 "은비가 대리석 바닥에서 뒤로 넘어진 것이며, 의식을 차리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사는 은비에게 뇌사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의사는 은비의 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온 몸이 멍자국이며, 화상 자국이 곳곳에 있었던 것.
SBS '궁금한 이야기 Y'
이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려고 하자 양부 백씨는 "이전에도 대구의 다른 병원에서 신고했으나, 아동 학대가 아니라고 판명났다"며 의료진을 말렸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가운데, 경찰은 이들 부부를 소환해서 조사를 시작했다.
양모인 김모씨(당시 49세)는 경찰 조사에서 "화상 자국은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은비가 아몬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서 데인 것이며, 멍이 아니라 몽고반점"이라고 진술했다. 또, "은비가 평소에 자해를 하고, 머리를 박는 등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다"며 모든 상처를 은비의 탓으로 돌리려고 했다.
이에 경찰은 은비의 오빠 백군(11)을 불러 은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 아이도 은비와 마찬가지로 몇 년 전 이 가정에 입양된 아이다. 그러나 백군도 "은비가 막대기로 자신의 몸을 때리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며 은비에게 문제를 돌렸다. 화상 자국에 대해서도 "짜파게티 국물을 쏟아서 화상을 입은 것이고, 엄마가 약을 발라주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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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화상 자국에 대해 양모와 오빠의 진술이 다른 점을 보면, 양부모가 아이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더불어, 오빠 백군의 몸에서도 아동 학대를 의심할 만한 증거가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은비가 때려서 생긴 상처"라고 둘러댔다.
이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은비는 10월 29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가정법원은 은비가 뇌사 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1주일 뒤, 입양 허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양부의 학대 의혹이 사실로 판명났고, 폭행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부모는 변호사를 네 명이나 선임해 대응했다.
법원은 1심에서 양부 백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양모 김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백씨는 징역 15년을, 김씨에게는 원심 그대로의 형량을 선고했다.
KBS '추적 60분' 예고편 캡처
당시 재판부는 '은비가 친모를 떠나 양육환경이 수차례 바뀐 탓에 정서적, 심리적으로 혼란을 겪은 뒤,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했던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하게 학대당하다 짧은 생을 마친 점'을 들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은비의 마지막 길은 친모의 곁에서 보내졌다. 은비의 친모는 은비를 출산할 당시 17세의 미혼모로,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내야 했던 상황이었다.
법에 나와 있지도 않은 '입양 체험'을 두 번이나 당한 은비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한 시민단체들은 "한국 사회에서의 입양은 '로또'와도 같다. 어떤 양부모를 만날지는 아동의 운에 달려있다"며 "제도를 바꾸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