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장정진 성우의 모습 / youtube 캡처
한국에서 예능방송 녹화 중, 떡을 먹던 출연진이 사망한 사건이 있다.
2004년 9월 13일, KBS2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라는 예능 녹화 중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추석특집 녹화를 진행 중이었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10번 외치는 동안, 출연자가 앞에 놓인 가래떡을 모두 먹어야 하는 게임이었다.
녹화에 참여한 사람 중 장정진 성우가 있었다.
당시 방송 모습 / 인터넷 커뮤니티
그는 <달려라 하니>에서 홍두깨 선생님 역할을 맡아 목소리를 알렸고, 이후 <명탐정 코난>의 유명한 탐정 역할, <원피스>의 매의눈 미호크 역할 등 이름만 말해도 우리가 아는 애니메이션의 더빙을 맡았던 성우였다.
장정진 성우가 가래떡을 급하게 먹던 중, 떡이 기도를 막아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출연진들이 장정진 성우에게 괜찮냐고 묻자 괜찮다며 구토를 하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후 시간이 지나도 장정진 성우가 돌아오지 않자 출연진 중 한 명이던 심권호가 화장실에 따라갔고, 심권호에게 발견될 당시는 이미 손쓰기 늦은 상태였다.
뒤늦게 발견된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한 달 뒤 사망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사인은 질식 탓에 발생한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심정지'였다.
장정진 성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들
장정진 성우가 사망한 후, KBS 시청자 게시판엔 "시청률을 위해 출연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사람들은 "당시 제대로 된 의료진만 배치했어도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떡이 목 막히기 쉬운 음식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마실 물이나 응급처치반도 없이 이런 코너를 진행한 것은 명백한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KBS와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비난했다.
이에 KBS는 "문제의 게임이 있는 코너를 폐지하고, 음식을 먹는 코너를 모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이 코너는 바로 종영되었으며, 이후 <일요일은 101%>프로그램 자체도 종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KBS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서 많은 말이 오갔다.
YTN뉴스 캡처
대표적 예로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이 KBS의 발표가 아닌 '네티즌의 제보'였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한 네티즌이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촬영 중에 사고가 났나 보다. 출연진들이 응급실 앞에 모여 있었다.'라는 글을 작성해 해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또한, KBS가 이 사건을 고의로 축소해 보도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전 장정진 성우가 늘 내레이션을 맡아왔던 'SBS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도 MC들이 사고 소식을 언급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처럼 타 방송사들은 사고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지만, KBS는 오히려 이 사고 소식을 축소해 보도하며 마치 장정진의 잘못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등 고인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생전 장정진 성우의 모습(좌) / 방송 캡처
당시 장정진 성우는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목소리에 이어 얼굴을 알려 나가던 중이었다. 만약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성우 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평가받았을지 모른다.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한국 예능 속 가학성'에 대한 논란의 정점을 찍으며 종영했지만, 아직도 각종 예능에서는 'OO 빨리 먹기'같은 모습이 종종 보인다.
방송사들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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